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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NEW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 관리자
  • 2008-07-16
  • 53732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기계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나는 위스콘신대학 한국인 학생회에서 회장직도 맡고 있다. 유학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유학을 준비했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사실 이곳에서 함께 공부하는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미국유학을 준비했고, 그 중에서도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곳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 특히 나처럼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석사과정에 진학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나도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이 자리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렇게 입학허가 받는 것 자체가 어렵다 보니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것은 미국대학의 입학허가를 빨리 받는 방법이다. 하지만 나는 유학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는 ‘새로운 세계에서 혼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마음을 잡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해외 명문대의 입학허가를 빨리 얻기 위해서는 어떤 시험을 준비해야하고, 어떤 유학원을 통해야 하는지, 어떤 교재를 사용해야하는 등등의 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십 년 넘게 살아왔던 한국을 떠나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유학생들이 일단 원하는 곳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만 되면 나머지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실제로 많은 유학생들이 가장 중요한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현지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많이 봐왔다.


우리학교와 IIT(일리노이공대 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와의 *복수학위 프로그램으로 아주대에서 2년을 수학한 후 나머지 2년을 미국의 IIT에서 학창생활을 보낸 만큼 나는 위스콘신대학교의 입학허가를 국내의 다른 대학에서 학부를 마친 학생들 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모두 다 뛰어넘고 지금 이렇게 세계의 인재들과 동등하게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대의 복수학위 제도를 통해 남들보다 비교적 시간을 단축해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지만 남들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남들이 겪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들을 고스란히 겪어냈다. 그런 시행착오들을 후배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유학을 준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내가 왜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확실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만 일단 성공적인 유학생활의 절반은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내 경우는 처음 IIT로 가기로 결정했던 가장 큰 동기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심과 도전이었다. 그런 덕분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자 늘 분주하게 움직일 수 있었고 그것을 발판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해 작은 성공을 일구고, 또 그 성공을 발판삼아 다른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결국 이런 작은 것들이 쌓여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했다.


확고한 동기가 완성되면 그 다음에는 확고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목표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크고 높은 것을 세우는 것이 좋다.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이 그 목표를 위한 세부 목표와 과정을 생각하고 그 과정 하나하나를 위해 최선을 다 해 나가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목표를 한 번에 완성할 수는 없지만 유학을 가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구상할 수 있는 목표들 즉 ‘토플점수를 얼마나 잘 받겠다, GRE점수를 얼마나 잘 받겠다, 그리고 어떤 학교를 어떻게 지원 하겠다’ 하는 세부 목표들은 보다 짧은 시간에 결과를 볼 수 있는 목표들이다. 이렇게 세부목표들을 조금씩 달성해가면서 가장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유학생활을 시작한다고 해서 무조건 보장된 생활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힘든 생활의 시작이라고 해야 옳다. 유학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 만나는 어려운 점은 바로 문화적인 차이점과 군중 속의 고독이다. 내 주변에 있는 수많은 외국인들 속에서 정말 내 마음을 편안하게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를 찾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언어의 장벽은 그들에게 내 마음을 편안하게 털어 놓는다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복수학위 프로그램으로 IIT에서 함께 공부한 다른 아주대 학생들이 있었고, 성격도 외향적이었던 나도 꽤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은 남의 도움으로 적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고의 작은 전환’ 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처럼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나 자신이 바빠지면 그 바쁜 생활을 즐기고, 힘들어지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적응을 하다 보면 어느새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공부이외의 다른 것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새로운 문화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기 보다는 외국인에게서 배우는 사고방식, 말로만 들어왔던 것들을 실제로 보고 느끼면서 얻는 경험들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의 인생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모르는 중요한 재산들이기 때문이다.


주위 환경에 대한 적응과 함께 학과공부에서의 적응 역시 중요하다. 대부분의 대학원 과정의 공부는 학부과정의 공부와 달리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해석부터 출발해야 한다. 특히, 학부를 한국에서 나온 학생들에게는 이런 방식들이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기본 문제의 해석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실력과 함께 주어진 문제를 한 발짝 물러서서 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데 그 기본은 자신감이다. 이런 자신감은 내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냈을 때 더 커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가장 커진다. 그런 면에서 나의 경우는 IIT에서의 경험이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IIT에서의 첫 학기에 나는 꽤 많은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래서 IIT에서 공부한 4 학기 중 3학기는 20학점을 넘나드는 과정을 소화해야 했다. 처음 접하는 순수 영어 강의와 매주 나오는 숙제들,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은 나 자신에게 어쩔 수 없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얻은 좋은 성적들과 그것으로 인해 얻은 성취감과 자신감들이 새로운 문제를 한발 짝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나열한 느낌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불변의 진리들이 누구나 실천하기는 힘든 것임은 틀림없다. 전 국가대표 축구감독 거스 히딩크가 한 말이 생각난다.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지금의 내 모습 그리고 지금의 내 위치는 내가 진정 생각하고 꿈꿔왔던 궁극의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만든 중간 목표들이다. 그 작은 목표를 달성하고 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참고 견디는 은근과 끈기는 값진 열매를 맛보기위한 훌륭한 양분이 되어 줄 것이라고 확고히 믿는다.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그 누구도 당할 수 없다. 그 절대 진리를 굳게 믿으면서 오늘도 나 자신을 더 바쁘게 재촉해본다.



전용호동문은 1995년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2003년 아주대학교와 미국 IIT 복수학위를 받았다. 2003년 위스콘신대학에 들어가 2005년 5월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박사과정 중에 있다.


*우리학교는 전 세계 31개국 101개의 자매대학교와 활발한 학생교류를 하고 있으며 ISEP(세계 36개국 260개 대학), ASEF(유럽 아시아 25개 대학), HUMAP(아시아 태평양지역 87개 대학)에도 가입되어있다. 지난해 194여명의 학생이 교환학생으로 1학기~1년 동안 파견되어 학점을 취득했고, IIT(일리노이공대)와 뉴욕주립 스토니브룩대학과 협정을 맺은 2+2 복수학위 프로그램으로 40여명의 학생이 두 개 대학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의 명문대에 진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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