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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유전자 이야기민철기(아주대 생명과학)교수

NEW 유전자 이야기민철기(아주대 생명과학)교수

  • 박성숙
  • 2008-07-16
  • 49044
인간의 역사는 새로운 발명품 또는 아이디어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아왔다. 우연히 얻게 된 불, 둥근 바퀴, 그리고 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발견들에 의해 권력의 이동과 문화의 모습은 물론도 인간의 가치관까지 변화되어 왔다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자연현상을 더 많이 이해하고 이를 실생활에 응용함에 따라, 사람의 생활은 문명의 이기에 의존적이 되었으며 때로는 이들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러한 많은 이해들 중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 것을 한 가지 꼽으라면 그것은 다름 아닌 유전자의 발견이다.
 
  1900년도 초부터 2차 세계 대전까지의 시기는 유전학의 황금기라 불린다. 1900년도 초까지는 DNA가 유전 물질이라는 확정적 증거가 없었지만, 이 시기에 발전된 과학을 통해 인간은 DNA가 유전 물질임을 증명하게 되었다. 관련된 주요 발견을 연도별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869년도 Friedrich Meishcer는 물고기의 정자와 동물의 상처 고름에서 DNA를 정제하여 이를 nuclein이라고 명명하였고 후에 정정되어 DNA로 불리게 되었다. 1914년 Robert Feulgen에 의해 DNA가 세포의 핵에 존재함을 밝혔다. 1920년에 생화학자인 Levene은 DNA가 5탄당을 기본 골격으로 질소를 함유하는 4종류의 염기인 시토신, 티민, 아데닌, 구아닌으로 구성된 고분자라는 것을 밝혔다. 1920년도부터 1940년대에 걸쳐  Fredrick Griffith, Oswald Avery 그리고 Max Delbruck과 Salvador Luria 등에 의해 단백질이 아닌 DNA가 유전 물질임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실험적 증거들이 제시되었다. 마침내 1952년 Alfred Hershey와 Martha Chase는 동위원소로 표시된 인산과 황을 사용하여 DNA가 유전 물질임을 증명하여 수십 년간에 걸친 유전 물질의 논쟁에 대한 종지부를 찍었다.
 
  DNA가 유전 물질임이 밝혀짐에 따라 DNA의 구조,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방법, 그리고 세포 분열에 의한 유전자 증식에 대한 문제를 풀기 위해 과학자들은 고민하게 되었다. 1951년 James Watson과 Francis Crick이라는 젊은 두 과학자는 X-선 회절법을 이용하여 DNA의 3차원 구조를 처음으로 밝히게 된다. 이들의 3차원 구조는 (1) DNA가 어떻게 4종의 핵산 단위체를 사용하여 2중 나선의 고분자로 존재하며 (2) 이중 나선을 구성하는 DNA의 염기는 어떻게 서로 상보적으로 짝을 이루며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3) DNA가 복제될 때 어떻게 딸세포로 복제된 유전자 사본이 전달되는 지를 잘 설명하였다.

  DNA의 구조가 밝혀진 이후 생물학의 연구 방향은 급변하게 되어 소위 “분자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탄생하였다. 분자생물학은 분자 수준에서 생명 현상을 규명하려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그 중심에는 유전 정보의 흐름을 관장하는 “센트럴 도그마”가 존재한다. 유전자, 즉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를 이용하여 단백질이 합성되는 것이 유전자의 발현이라는 센트럴 도그마가 형성되면서, 과학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유전자가 발현되고 또한 유전자 발현은 어떻게 조절되는 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지금도 이러한 과제를 풀기 위한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다.
 
  유전자의 발견에서 시작된 DNA의 신비가 하나씩 벗겨짐에 따라 인류는 이를 응용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박테리아의 유전자 발현 조절과 세포의 기능을 이용하여 박테리아, 효모, 동물 세포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을 무한대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인슐린, 성장호르몬 등은 모두 인위적인 발현 시스템을 사용하여 대량 생산이 되어 현재 시판되고 있다. 단백질의 과발현에 그치지 않고 시험관에서 DNA를 원하는 대로 자르고 붙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인간은 세상에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기능성 단백질을 창조,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여러 종간의 비슷한 유전자를 모아 시험관에서 인공 재조합이 가능하게 되면서 원하는 최적화된 효소나 단백질을 생산하기도 한다. 이러한 단백질들 중 많은 경우는 단백질 촉매인 효소로 쓰이게 되면서 화학적 반응 공정을 단축하고, 생산 비용을 효과적으로 경감하여, 결과적으로 산물의 생산 단가를 낮추게 된다.

  이와 더불어 인류는 DNA를 질병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1990년에 시작된 인간 유전자의 서열 분석은 2001년 초에 완성되어 지금은 인간의 유전자 서열이 모두 밝혀져 있다. 따라서 이들 정보를 응용하려는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는 소위 “포스트 지놈 시대“가 도래하였다.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약물을 개발한다든지, 세포 내에서 발현되는 모든 단백질을 총체적으로 밝히고자 하는 노력 등이 일예이다. 또한 약 20년 전에 시작된 유전자 치료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불러 일으켜 여러 가지 불치의 병들에 대한 유전자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3000~5000개 유전자를 조그마한 칩에 집적시키고 이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유전자의 발현 차이를 한번에 볼 수 있게 되어 치료뿐만 아니라 진단에 대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다.
 
  유전자의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시작된 인간의 호기심은 DNA의 발견과 그 구조가 밝혀짐에 따라 유전자에 대한 새로운 믿음들을 발전시켰다. 앞으로 우리는 계속 새로운 발견과 이를 응용하는 새로운 학문의 분야와 문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나노기술과 유전자 조작 기술, 그리고 단백질 공학과 생물정보학이 도입된 새로운 퓨전 학문이 도래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인류는 기술적으로 새로운 도약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