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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油價 예측, 주먹구구로 하나

NEW 油價 예측, 주먹구구로 하나

  • 박성숙
  • 2008-07-16
  • 45634
 기름값이 또다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 유가의 기본지표 중 하나인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40달러 수준으로 1990년대 초 이래 가장 높다.
 
  유가 변동의 경우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에 비해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이미 더 많은 데 비해 사용효율은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상황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원유 도입 평균단가가 배럴당 5달러 이상 상승해 이미 국제수지 적자 60억달러, 경제성장 0.7% 감소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전면 수정하고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더욱이 기술혁신 능력 부족으로 아직도 요소 투입형 경제구조를 가지면서 에너지자급도 3%인 상태에서 추가 유가 상승은 경제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민생복지 기반을 저해할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단기간에는 바로잡을 수 없다. 다만 유가 예측을 정확히 해 미리 대책을 세우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의 유가 예측 시스템과 능력이다. 한마디로 증권시장 예측자료를 보는 것 같다. 외국자료 번역경쟁을 하는 것 같다. 전략자원인 석유 가격, 특히 단기 전망자료를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 공개된 자료는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전문적 분석이 필요하다. 이것이 국익을 위하는 길이다. 증권시장이 외국인에게 지배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석유라는 고갈성 자원의 특성을 고려하는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석유를 정치적 문제로만 다루고 있는 것이 문제다. 석유 값이 오르면 산유국들의 비합리적 행동 결과라고 쉽게 단정한다. 현 유가 급등이 중동 테러사태 후유증이나 투기자금의 영향으로 해석하는 경우마저 있다. 이것은 아니다. 지금의 유가 상승은 오를 때가 됐기 때문에 오른 것이다. 자원시장의 구조적 모순이 누적된 결과다.
 
  원유와 같은 고갈성 자원은 한번 생산하면 다시는 재생이 불가능하다. 이에 생산에 따른 기회비의 보상이 요구될 수 있다. 더욱이 그냥 두어도 그 미래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그만큼 더 보상을 요구하게 된다. 지난 10여년 동안 석유시장의 평온함은 생산국들이 적정보상을 요구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일부 여유가 있는 산유국들은 장기수익 극대화를 겨냥한 생산조절전략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1, 2차 산품 간 불평등교환체제에 따라 석유실질가격이 너무 떨어져 더 이상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 경기회복 조짐을 활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현 실질유가는 70년대 말 가격의 절반 수준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첨단 공산품에 필적하는 원자재 가격상승 가능성을 걱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자원 수요는 대부분 생산탄력성이 작기 때문에 약간의 수급 차질에 의해서도 큰 폭의 단기 가격변동을 보일 수 있다. 지난 석유파동 때 3% 수준의 공급부족으로 가격은 3~4배 올랐다. 물론 그간 기술 개발과 산업 구조조정으로 50달러 이상으로 고착될 걱정은 적지만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산유국의 처지를 이해하는 전문성에 입각한 석유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시적 폭등과 급락을 겁내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3개월 단위 유가 변동에 대비하는 여유를 갖자. 국가정책은 1년 단위 유가예측에 근거해 지난 과오를 다같이 감내하면서 풀어가자. 가격 인상, 사용 자제, 해외자원개발 확대 등 수없이 되풀이하는 대책수립보다 기존 대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자. 국민 복지를 우선하는 여유도 갖자. 서둔다고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유가 예측의 가벼움만은 참을 수 없다. (중앙/04.05.13/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