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아주인칼럼

'로스쿨'과 사법개혁

NEW '로스쿨'과 사법개혁

  • 박성숙
  • 2008-07-16
  • 49338
2003년, 사법개혁위원회 출범

2003 년 8월22일.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이에 따라 사법개혁추진기구로서 ‘사법개혁위원회’(아래 “사개위”로 줄임)가 대법원 소속으로 출범하였다. 사개위는 사법개혁의 기본이념으로서 법치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는 사법제도, 국민의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는 사법제도,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신속하고 공정한 사법제도, 국민의 인권보장을 강화하는 사법제도, 국제적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법조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사법제도를 내세웠다(사법개혁위원회규칙 제2조). 그리하여 대법원 구성과 운영, 사법서비스와 형사사법제도, 시민의 사법참여, 법조인 양성과 선발 등이 사개위가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주요 내용이었다.

사 개위의 논의주제 중 법조인 양성과 선발 문제는 한편으로는 국민의 사법서비스 문제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법학교육의 정상화에 관련된 문제였기에 각 대학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대규모 법과대학을 둔 일부 대학교들은 이미 3, 4년 전부터 로스쿨 도입에 대비하여 입학정원 확대와 교수 확충 그리고 시설 확장을 꾀했지만, 중소규모 대학교들은 사개위 회의진행 추이를 보아가면서 후발경쟁에 하나 둘씩 뛰어 들었다. 또 다른 대학들은 이러한 기대조차 하지 못한 채 아예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관심했다.


사개위, 로스쿨제도 도입채택

2004 년 10월4일. 사개위는 ‘법조인 양성과 선발’에 대한 건의안에서 법조양성제도로서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이른바 ‘로스쿨’제도) 도입을 채택하였다. 사개위는 (다수의견에 의하면) “총 입학정원은 법조 인력의 수급상황 등을 고려하여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되, 초기 시행단계에서는 시행 당시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정원을 정”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사개위의 결론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변호사 수를 현행 수준으로 묶어 둠으로써 기존 법조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기 때문이었다.

사 법개혁의 일환으로서 법조인 양성과 선발 문제는 몇 가지 목표를 안고 있다. 내가 보기에 제일 중요한 목표는 시민들이 ‘저렴하게 그래서 손쉽게’ 사법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법조인을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사 3년에 집안 거덜 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한국 사회 법문화에 관한 여러 가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그 중 과다한 소송비용의 폐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는 경우에도 소송 제기를 망설일 뿐 아니라 권리다툼이 생기기 전에 변호사 도움을 받아 소모적인 소송을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

과 다한 소송비용의 문제점은 제한적인 변호사 공급으로 인하여 사법서비스 시장이 독과점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독과점이 보장하는 이익은 젊음을 온통 다 바쳐서라도 기를 쓰고 변호사가 되고 싶은 욕망의 출발점이다. 신림동 고시촌을 떠나지 못하는 고시낭인들이 십여 년까지 걸려서라도 인생과 사교육비를 걸고 내기할 수 있는 것은 시험 합격 후 그만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 1천 명 정도 사법시험 합격자를 내면서 변호사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기는 하다. 특권계급을 상징하는 직업이었던 변호사가 보통 사람의 직업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런데 문제는 사법시험 제도이다. 법적 다툼에 대하여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본능력을 튼실하게 갖추기보다는 법적 지식을 외우기만 해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법학도들은 대학을 떠나 고시학원가로 향함으로써 대학의 법학교육은 공동화․황폐화된다. 사법시험의 출제․채점자 그리고 대학교육의 담당자가 대학교수인 점에서 이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학생은 물론 교수들까지 그 현실성 여부와 관계없이 사법시험에 매달리게 하는 것은 변호사 직업이 가지는 특권적 매력에 더 근본적 원인이 있다. 즉 대학에서 법학공부의 동기가 사법시험의 합격여부와 합격자 수 방향으로 틀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사법시험 자체가 아닌 사법시험 합격자 수, 즉 정원제 사법시험이 있다.

한 편 법조인의 양성에서 중요한 것은 변화된 시대상황이 요구하는 국제적․전문적 변호사의 배출이다. 단순히 법학교육만을 받아서는 법률시장 개방과 국제경쟁력의 심화에 조응(照應)하여 다양한 전문영역에서 일어나는 법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여 시험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법적 소양과 전문능력을 겸비한 변호사가 필요하다. 이것은 기존의 사법시험제도를 비판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의 정당성을 주장할 때의 대표적 논거이기도 하다.


변호사수 늘리는 것이 더욱 시급한 문제

그 러나 로스쿨 제도가 기존 법학교육과 사법시험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결방법은 우선 목표 간 경중을 정하고 그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제도적 대안을 찾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개위 건의문은 ‘국민의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적 서비스’만 언급할 뿐 ‘저렴한 서비스’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러다보니 사개위는 로스쿨을 도입한다는 결론내리기에 급급하여 변호사단체에 굴복함으로써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는 외면한 것이다. 그 결과가 인적․물적 시설에 초점을 맞춰 매우 한정된 대학에만 로스쿨 설치를 인정하는 개선안이었다. 결국 변호사 서비스료는 낮아지지 않고 양질의 서비스는 이에 대하여 기꺼이 고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일부 수요자에게 한정될 것이며, 더욱이 교육비가 비싸져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마저 일부 상류층에게 독점될 가능성마저 있다.

그 렇다면 사개위의 로스쿨안은 전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다. 그것은 일차적인 목표를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법조인 양성과 선발의 제일차적인 목표를 저렴한 사법서비스 제공에 맞추는 것으로 선회해야 한다. 그 다음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확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변호사 사무실이 약국이나 병원처럼 가까운 거리에 있을 정도로 많은 수의 변호사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들은 다양한 영역을 가지고 있으면서 생활주변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며 소송 이전에 법적 분쟁의 발생을 방지하는 ‘예방주치의’ 노릇을 하는 평범한 변호사이다. 변호사가 되고픈 법학도들이 이제 더 이상 변호사가 되는 데 인생을 거는 도박을 하지 않도록 그 문을 최대한 열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교수와 학생들은 변호사가 되는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변호사가 될 것인지의 문제를 안고 진지한 고민을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대학의 법학교육이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대학에게 로스쿨 설치를 최대한 개방해야

다 음으로 평범한 변호사가 아닌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 있는 전문변호사 문제를 고민하자. 이들의 양성은 변호사 재교육기관(이것을 로스쿨이라 부를 수도 있다)을 설치하여 여기에 맡기는 것이다. 이 교육과정의 수료가 곧 고수익 보장으로 이어진다면 기꺼이 고비용을 감수할 ‘평범한 변호사’가 생겨날 것이며, 필요하다면 이들에게 전문법학박사학위(J.D.)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재교육기관 역시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설치를 허용하는 준칙주의를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이 때 요구되는 전문영역 역시 다양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경쟁원리에 따라야만 최고급 수준의 전문변호사를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또한 이들 중에서 판․검사를 임용함으로써 그 질을 높임과 아울러 판․검사의 수를 늘임으로써 사법서비스를 확충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과 거에 비해 최근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비약적으로 증대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변호사 수 혹은 로스쿨 입학정원의 규모는 사법서비스의 공급 측면에서 따질 게 아니라 사법서비스 수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전자만을 고집한다면 로스쿨 제도는 아무런 성과 없이 법조인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장식물에 그칠 것이다. 법학교육을 정상화하여 양질의 변호사를 양성하고자 로스쿨 도입을 기왕에 결정했다면, 로스쿨 제도는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과 관점에서 일정한 인적․물적 시설을 갖춘 대학에게 로스쿨 설치를 최대한 개방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에 따라 변호사 배출 규모를 대폭 확충함으로써 저렴한 사법서비스 제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바탕 위에 경쟁원리에 따른 질적 수준 증대를 더불어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대학교 교외보 인간존중 2호 중에서

이전글

Who is hu?

다음글

소유와 존재